세무회계뉴스
뉴스분류타이틀 > 세무회계뉴스 > 국세 뉴스
첫 공개된 '국세청 세무법정' 공정성 의심 털어낼 기회였나 365979
국세청

◆…지난 5일 서울지방국세청 14층 회의실에서 국세심사위원회 위원들이 조세불복사건을 심의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도 회의과정이 공개된 첫 사례였다. (사진 국세청)

지난 5일 서울지방국세청 15층에 '참관인' 명찰을 단 사람들이 20여명 모였다. 

국세청의 불복청구 사건 심의기구인 '국세심사위원회'를 참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국세청 개청 이래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회의였던 만큼 이를 준비하는 국세청 관계자들도 긴장감이 엿보이는 표정이었다. 

국세심사위원회는 과세 전·후 단계에서 납세자가 불복(과세전적부심사, 이의신청, 심사청구)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금액규모에 따라 본청, 지방국세청, 세무서에 운영하고 있는데, 이날은 본청 국세심사위원회가 공개 대상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참관인들에게 '보안서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여러 가지 납세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대외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관인들로부터 단단히 다짐을 받아 내기 위한 절차였다. 

이후 국세심사위원회 운영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 심의안건은 총 4건으로, 1시간 가량을 공개한다고 했다. 심사위원들 간 토론, 기표 과정은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자율성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심사위원으로는 국세청 내부(5명), 외부(6명)이 참석했다.

국세기본법(제64조)을 보면, 국세심사위원회는 비공개가 원칙.

다만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공개할 수 있다. 그간 회의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이 컸던 만큼, 이른바 '공개 세무법정'을 열어 이러한 논란을 해소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오후 3시 회의장 입장 직전 '보안유지' 명분으로 참관인들의 핸드폰마저 수거해 갔다. 

회의장에 입장하자 참관인들에게는 상정된 안건 내용을 대강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에이포(A4) 용지 한 장 분량의 설명서(총 4장)가 제공됐다. 납세자의 이름(법인은 회사명)은 '이O호' 또는 'AA'로 처리되어 있었다.

개인정보 노출 우려는 없었다.  

이은항 국세청 차장(국세심사위원회 위원장)은 참관인들을 의식한 듯 "편안한 분위기에 차분하게 심의 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는 처분청(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에서 안건을 설명하고, 심사위원들이 이렇다 할 의견이 제시하지 않으면 처분청과 청구인의 주장을 듣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사실관계를 따지면서 처분청과 청구인에게 번갈아가며 질문했다.

안건 중 하나는 무자료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사안이었는데, 처분청을 대신해 내부위원(국세청 국장)이 사실관계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또 다른 안건은 특수관계자에게 무이자로 준 대여금이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었는데, 조사관이 준비해 온 원고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 사실관계나 과세근거가 비교적 명확히 들렸다. 

납세자의 심정을 대변한 대리인들의 최후 변론시간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이 시간에는 세법해석 다툼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이 많았다.

한 세무대리인은 "과세권을 행사하면서 근거과세 원칙으로 해야 청구인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수 억원의 세금은 생사가 달린 일이기에 억울한 점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인은 "침소봉대(작은 일을 크게 불리어 떠벌림) 안 했으면 좋겠다, 객관적 입장에서 심사해달라"고 말했다.

서약서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지켜보기 전, 참관인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금지'라는 당부가 이루어졌다. 더한 다짐을 두고자 국세청은 참관인들에게 '보안서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그동안 국세청이 국세심사위원회를 운영하는데 있어 잡음은 적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심의 결과를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국세심사위가 의결기구가 아닌 자문역할만 하기에, 심의결과를 국세청장이 번복할 수도 있다는 의심 섞인 시각이 존재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필요적' 전치주의로 구분하고 있는 심사청구를 '임의적'으로 바꾸는 세법개정을 추진하려고 한 부분도 이를 반증한다. 국세심사위 공개 과정을 기획재정부 실무자가 참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개회의에선 '깜깜이 심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심의결과(기각 3건, 인용 1건)를 곧바로 위원들에게 알려주었고, 납세자는 물론 참관인들도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종전 회의까지만 해도 심사위원에게도 심의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의 공개를 기점으로 운영 체계가 갑자기 바뀐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심의기구인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존중해 심의결과대로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졸속 심사'라는 말은 꺼내기도 민망했다. 과거 국정감사(2013년)에서 국세심사위에 제기된 사건의 시간이 공개된 바 있다. 건당 평균 15분8초였고, 본청은 건당 5분9초에 그쳤다.

참관인들에게 회의 과정이 공개된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심사위원들의 토론이 치열했던 탓인지 회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예정보다 더 오래 걸렸고, 5시40분 즈음 참관인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날만 놓고 보면 건당 40분의 시간이 투입된 셈이다. 

눈에 보인 결과로는 심사행정은 투명하고 공정했다고 해도 될만했다.  

국세청 입장에서 보면 공개회의가 의혹의 시선을 거두게 만들 좋은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기대와 달리 일회성 전시행정으로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회의 공개가 "적지 않는 부담을 가진다"고 말한다. 납세자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정이라든지, 회의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회의가 마무리 된 이후 '참관을 마치며…'라는 소감을 묻는 종이가 참관인들에게 건네졌다. 회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나 개선사항을 묻는 설문지였다.

기자는 소감문을 작성하지 않았다.

그날 하지 못했던 얘기를 짧게 남기고 싶다.

"내일도 오늘만 같아라."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세무법인 서울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72 동영문화센터 8층 Tel.02-3453-8004Fax.02-3453-9998
회계법인 본점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21-4 이원빌딩 2층 Tel.02-565-5305Fax.02-565-6028